잡담

나는 왜 아직도 개발이 좋을까 – 여자 개발자 일대기 #1

100명 중 여자 6명, 나는 그런 컴퓨터공학과에 들어왔다

나는 개발자다.
흔히 말하는 프로그래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다.

지금은 개발이 좋다.
너무 좋아서 밤을 새우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만큼.

하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이 글은 내가 개발자가 되기까지의 이야기이자,
여자 개발자로서 처음 마주한 풍경에 대한 기록이다.


MS-DOS, BASIC, 그리고 입시

처음 전공의 선택은 자의 반, 타의 반이었다.
여러 사정이 있었고, 나는 컴퓨터공학을 선택했다.

초중학교 시절,
그 당시 우리 동네의 유행에 따라, (왜 였는지는 모른다.)
MS-DOS와 BASIC을 배웠다.
3.5인치 플로피디스크 시절부터였다.

위키피디아 이미지 설명

위키피디아 플로피디스크 이미지

집에 들여놓은 알라딘286을
정말 조심스럽게, 애지중지하며 껐다 켰다를 반복했다.
그 기계가 가진 구조와 명령어,
화면에 글자가 뜨는 방식이 너무 신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나는 ‘컴퓨터를 잘하고 싶다’ 보다는
‘내가 만든 코드 한 줄에 따라 컴퓨터가 실행되거나 실패하는, 그 구조 자체를 너무 알고 싶다’는
호기심과 궁금함이 더 컸던 것 같다.

그러다 중학생이 되면서
입시라는 것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도적으로 컴퓨터를 내려놓았다.

왠지 입시를 준비하는 동안에는
컴퓨터를 하면 안 될 것 같았다.
그 시절에는 공부와 컴퓨터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고 믿었다.


100명 중 여자 6명이라는 숫자

몇 년에 걸친 대입 준비가 끝나고
선택의 시간이 왔다.

컴퓨터를 아주 조금이라도 해봤으니
컴퓨터공학과 정도면 괜찮겠지 싶었다.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입학했다.
(이 선택에도 나름의 사연이 있다. 이건 나중에 써보려고 한다.)

정원 100명이던 학과.
학부제가 시행되기 직전이었고,
100명이면 나름 큰 규모의 학과였다.

그 학과의 첫 오리엔테이션 날,
나는 이런 말을 들었다.

“여학생 6명.”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물음표가 백 개쯤 떠올랐다.
왜지?
나 전공 잘못 고른 건가?
이 불안감 뭐지?

그때는 몰랐다.
‘여자가 적다’는 건
단순한 성비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누가 대놓고 막지는 않았다.
하지만 누가 반겨주지도 않았다.

(AI가 이미지를 너무 잘 만들어준다… 전산실 기억이 새록새록하당)

1990년대 컴퓨터공학과 강의실 풍경
여자개발자#1-1990년대 컴퓨터공학과 강의실 풍경

그래도 나는 들어왔고, 시작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재미있었다.
처음 배우는 컴퓨터공학 과목들과
프로그래밍 언어 하나하나가 신기했다.
(아마 초등학교 시절 느꼈던 컴퓨터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함이
하나씩 풀려나가는 기분이었던 것 같다.)

원래 좋아했던 수학 덕분에
공학수학도 재미있었다.
문제를 풀고, 구조를 이해하고,
정답이 명확하게 떨어지는 그 감각은 여전히 좋았다.

그때의 나는
이 선택이 나를 얼마나 오래
개발자로 살게 할지 전혀 몰랐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였다.
나는 이미 그 안에 들어와 있었고,
이왕 들어온 이상
버텨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게 내 선택의 방식이었다.

이게
여자 개발자로서의 내 첫 장면이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부터는,
개발자의 기본 덕목,
엉덩이 붙이고 앉아 디버깅과 싸우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글에서 이어서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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