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내가 개발자를 포기하지 않은 이유 – 여자 개발자 일대기 #2

개발이 좋아질지도 모른다고 느낀 첫 순간은, 사실 버그에서 시작됐다.

대학교 1학년 1학기, 중간 평가용 코딩 과제였다.
처음엔 쉽게 봤다.
1학년 1학기 과제니까 뭐. 말 그대로 좀 무시했다.
(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별것 아닌 과제였던 것 같다.
문제의 정확한 내용조차 또렷이 기억나지 않을 정도니까.)

몇십 줄 안 되는 코드를 완성했다.
분명히 완성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돌아가지 않았다.


버그를 찾지 못한 채 흘러간 시간

실행만 시키면,
커맨드창이 온갖 오류로 도배됐다.
그 당혹감이란…

여자개발자#2-메모리침범오류개발자
여자개발자#2-메모리침범오류개발자

여기저기 프린트문을 찍어보고
한 줄씩 실행을 해보고,
내가 알고 있는 기술을 다 썼지만,
나는 결국 그 날 버그를 찾지 못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과장 조금 보태어, 7박 8일을 코드와 싸웠다…
말 그대로 싸웠다 걔랑.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꿈속에서도 코드가 날아다니며 나를 괴롭혔다.
두통에, 어깨 결림에, 눈은 뻑뻑하고,
입시보다 더 한 것 같았다.

그때 정말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나는 재능이 없나 보다.
개발자는 내 길이 아닌가 보다.
빠르게 포기하는 게 맞는거 아닌가.


아, 그런데 여기서 성격이 나오더라.

포기.
그게 싫었다.

오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아직 나 자신에게
이 길을 제대로 ‘확인’을 못 해봤다는 생각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버그가 ‘보여버린’ 그 순간

며칠을 싸우며 헤매고 있던 어느 날
정말 계시처럼
갑자기‘ 버그가 보였다.

말 그대로
그 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왜 지금까지 이걸 못 봤을까 싶을 만큼,
거짓말 같은 순간이었다.

영화의 한 장면처럼,
한 줄기 빛이 그 부분만 비추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프롬프트에 결과값이 따박따박 찍히기 시작했다.

그 순간의 기쁨과 감동은
지금도 너무나 또렷하다.

그때부터였다.
개발이 좋아진 건.


지금 생각해보면,
그 버그는 아주 흔하면서도 사소한 실수였다.

for 문을 잘못 작성했고,
그 결과 메모리 침범을 일으킨 오류였던 걸로 기억한다.
정말 흔히들 겪는, 그런 종류의 오류였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사소함조차 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 때
개발을 배운 게 아니라
끝까지 붙잡는 법을 배웠다.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는
그 이후의 문제였다.

사실, 이것만이 유일한 방법은 아닐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바이브 코딩까지 등장한 시대라면 더더욱.

다만 내게 있어서
그 날의 기술(?)과 그 날의 감동은
내게 아주 오래, 아주 깊게 흔적을 남겼다.

그리고 그 흔적이
지금까지 나를 개발자로 버티게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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